뭐든 미리 준비해놓고 대충이라도 알고 있어야 걱정을 덜 하는 스타일이라 비비씨를 임신한 후 매일 유튜브를 통해 육아를 공부했다. 공부한 내용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내용은 하정훈의 삐뽀삐뽀, 베싸Tv, 곽윤철 아이연구소 등 유명한 육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일관성 있는 육아가 아이와의 애착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였다.
특히 하정훈 선생님의 일관성 있는 육아는 아기를 쉽게 키울 수 있다는 말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몬테소리와 일관성?
몬테소리는 아이란 태어날 때부터 열정적으로 배우는 존재라 정의했다. 잘 정돈된 삶과 환경에서의 경험을 중요시 하기에 일정한 기본 규칙들과 제한 속 일관성 있는 학습과정을 통한 어린이의 선택의 자유를 강조했다. 준비된 환경과 구조화된 학습, 일관성 있는 성인의 행동 등이 전제된 상황은 그저 마음대로 하는 어린아이가 아닌 주어진 환경 속 허락된 규율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로운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유아는 상황이 매일 똑같은 것을 좋아한다. 같은 일정, 같은 장소에 물건이 있어야 하고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는 것을 원한다. 그래야 세상을 이해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배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한이 일관되지 않으면 유아는 오늘 우리가 어떤 결심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계속 시험을 하려 들 것이다.
-시모네 데이비슨, <영유아 몬테소리 육아 대백과>
나의 유튜브 육아 스승님들과 내가 가고 싶었던 몬테소리의 유아 양육 방식이 일치 하기에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최대한 일관성 있는 육아를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초반에는 하정훈 선생님이 말한 신생아~유아의 일관성 있는 양육 방식을 지키려 노력했다.
- 오늘과 내일의 일상이 같음
- 장소에 상관없이 같아야 함
- 잠자는 환경은 항상 같게 조성하기
꾸준히가 어려울 뿐이지 실천하기엔 어렵지 않아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시작된 일관성 있는 육아. 훈육을 하기엔 비비씨가 어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과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 일관성을 꾸준히 지키려 노력했다.
- 아이의 스케줄 파악하기 - 낮잠 시간, 밤잠 시간, 수유시간
- 먹-놀-잠 지키기
- 낮잠 및 밤잠은 침대에서 재우기
- 밤잠 자기 전 루틴 동일하게 - 이 닦고, 로션 바르고, 수면 조끼 입고, 잘 자라고 포옹(돌 전에는 자장가를 불러줌)하고 자기 침대 눕히기
- 여행을 가서 잠자리가 바뀌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낮잠과 밤잠을 재우기
- 식사는 꼭 하이체어에 앉아서
- 아침 먹은 후 강아지 산책 가기
- 차에 탈 때는 꼭 카시트에 앉히고 차 문이 열린 후 카시트에서 아이 내리기
- 유모차 탈 때는 꼭 안전벨트 착용
- 책과 장난감은 항상 제자리에 정리
먹-놀-잠
신생아 때는 괜찮다가 첫니가 올라오던 4개월 차, 이 앓이 하는 애 덜 울리겠다고 낮잠 시간 전에 젖을 물리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먹놀잠을 잘 하던 아이가 먹놀먹잠이 되자마자 제대로 낮잠을 자지 못하고 소화할 시간이 없어 수유도 항상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는 아이 달래고자 젖 물렸다가 3주 넘게 인간 공갈 젖꼭지가 된 후,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며칠을 고생해 먹놀잠으로 돌아갔다. 이 앓이 할 때 인간쪽쪽이가 되지 말고 공갈 젖꼭지를 먼저 물려 익숙해지게 할 걸. 다시 먹놀잠을 배우느라 애도 나도 힘들었었다. 융통성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적절한 대안책을 주는 것이 길게 봤을 때 엄마도 아이도 좋다.
일관적인 스케줄과 하루 루틴
신생아~ 5개월까지는 적극적으로 아이의 스케줄을 파악하려고 열심히 사용했던 베이비 타임 앱.
개인적으론 아이의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자 아이가 잠잘 시간에 미리 적절한 수면환경을 준비할 수 있었고, 아이의 자는 시간에 맞춰 같이 쉬거나 다른 일을 할 타이밍을 맞추기 수월했다. 또 깨어있는 시간 맞춰서 틈틈이 점심 약속이나 가족모임도 나갈 수 있었고. **신생아 졸업 후 억지로 수유시간을 정하지 않고 충분히 수유 후 놀고 졸릴 때 맞춰서 재우는 식으로 아이의 패턴을 찾았다.
일관성 있는 하루 루틴이 가장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 건 이번 한국 여행에서의 시차 적응이다. 어린아이들은 시차 적응이 쉽지 않아 최소 일주일에서 한달 가량 걸린다는 말(심지어 먼저 한국 간 친구의 18개월 딸이 2주 만에 시차적응을 했다 했음)에 미리 겁을 먹었지만, 미국 집에 있을 때와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자 처음 이틀만 새벽에 깨고 바로 적응한 비비씨. 나중에 따로 돌아기의 시차적응에 관해 포스팅을 할 예정이지만, 미리 경험한 봐로는 규칙적인 생활이 시차적응 성공 비결의 80%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기계가 아니니 너무 강박적으로 시간표대로 살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루틴에 집착하다 보니
- 무의식 중에 아이에게 강박을 심어줄 수 있음
- 시간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괜한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생김
- 아이의 잠 변화 시기를 못 눈치채 스스로 더 어려운 육아를 하게 됨
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몇 번 받은 후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 가끔 아기가 잠을 안 자고 버티더라도 낮잠 잘 시간 되면 그냥 방에 들어가 같이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거나, 외출해서 아이가 너무 즐거워 낮잠을 건너뛰면 그냥 그대로 하루를 즐기고 나중에 한 번에 몰아 재우는 식으로 최대한 아이에게 맞추었다. 하루 이틀 스케줄대로 안 흘러가도 매일 같은 루틴을 살다 보면 어느새 다시 평소의 루틴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기에.
같은 장소 - 밥은 하이체어에서
안 먹으면 안 먹는다고 돌아다니면서 한입 더 먹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식탁(하이체어)은 식사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해서 비비씨도 이유식을 처음 시작한 6개월 무렵부터 항상 하이체어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점점 크면서 자기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할 때 아주 잠깐의 거부의사가 있긴 했으나, 금세 다시 적응을 했다. 이제는 배가 고플 때는 하이체어로 가서 올려달라 하며 밥 달라고 의사표현을 하고, 밥 먹자~ 하면 하이체어에 가서 올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익숙해져도 너무 익숙해져 식당에 갔을 때 하이체어가 보이면 자기 의자에 앉아야 한다며 찡얼거리는 비비씨.
그래도 너무 하이체어에만 앉아 먹게 하면 강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간식 같은 경우는 거실에 있는 매트에 편히 앉아 먹거나 거실에 준비해 놓은 소반에서 먹게 하고 있다. 나의 우려와 달리 금세 적응해서 편한 자세로 간식을 먹는 비비씨. 간혹 간식을 손에 쥐고 먹으며 거실과 주방 사이를 돌아다니긴 하나 침실에 까지 들고 가서 먹는 일은 잘 없다.
안전을 위해서는 울어도 소용없어. - 카시트와 유모차 안전벨트
비비씨가 울고 떼를 써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부분은 카시트와 유모차의 안전벨트이다. 차 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그녀는 처음에 차만 탔다 하면 30분을 내리 울었는데, 안전을 위해선 카시트에 꼭 앉아야 한다고 설명해주고 절대 카시트에서 아이를 꺼내어 안고 차를 타지 않았다. (사실 미국에서 애기 카시트에 안 앉혔다가 경찰에 걸려서 잡혀갈까 봐 무서워서 못함.) 정차 후 차에서 내릴 때도 꼭 차 문이 열리고 나서 카시트에서 내리는 것을 반복하자 어느새 카시트에 타도 울지 않게 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유모차의 안전벨트도 항상 유모차를 타면 채웠더니 이제는 벨트를 채워도 울지 않는다.
준비된 환경 - 물건은 제자리에, 정돈된 환경 조성
생각보다 항상 같은 자리에 물건을 두고 장난감과 교구들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물건도 제대로 정리 못해서 대청소하고 나면 한 달도 안돼서 도루묵이 되는데 이제는 항상 정돈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니. 육퇴 후 그저 쉬고 싶은 몸을 일으켜 난장판을 치우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울까.
하지만 하루 5-15분 정도 정신수양 (혹은 도 닦는 느낌, 명상하는 기분)한다 생각하고 정리하다 보면 내 몸이 익어서 금세 정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아이도 항상 물건이 제자리에 있으니 뭐가 어디 있을까~? 하면 바로 찾아올 수 있고 물건을 쓰고 나서 스스로 정돈을 한다. 처음 막 돌 지난 비비씨가 스스로 교구를 정리를 하는 걸 본 순간 나는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일관성 있는 육아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스스로 경험한 긍정적인 변화들은 앞으로도 비비씨의 눈높이에 맞추어 몬테소리 환경을 조성하고 일상을 경험하고 싶게 만든다. 엄마가 처음인지라 실패할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될 때까지 연습하는 비비씨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더도 덜도 아니고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배로 돌려주는 육아라 좌절하지 않고 더 노력하게 된다.
아이의 시작인 이 집이 불편한 공간이 아닌 편안하고 늘 머물고 싶은 집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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