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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소리/영어로 몬테소리

유아와 함께 도서관 가기

by Vonnie 2022. 4. 24.

그렇게 많이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던 어린 시절, 엄마는 장난감은 다 사주지 못해도 책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책장 가득 채워주었다. 가끔 비싼 돈을 들여 전집을 사기도 하고 누가 분리수거한다고 내놓은 상태 좋은 책을 주워다 깨끗이 닦은 후 책꽂이에 꽂아주었다. 그런 엄마 덕에 일곱 살 즈음 나는 책꽂이 가득 꽂힌 책들을 보면 그저 배가 불러오고 무언가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높은 책꽂이 가득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 오래된 책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종이 내음, 창가로 들어온 햇빛이 책꽂이 앞의 먼지들을 비출 때, 고요한 행복감이 나를 채웠다. 그래서 내가 도서관을 그렇게 좋아했나 보다. 너무 비싸 사지 못하는 원서, 절판된 책, 차마 내 돈 주고 사기엔 아까운 책 등을 도서관에선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도서관에 얽힌 작고 큰 추억이 많아서 나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아이랑 손을 잡고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을 꿈꾸곤 했다. 아이가 혼자 잘 걷고, 어느 정도 나의 말을 알아들으며,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16개월에 나는 드디어 나의 작은 소망을 실행에 옮겼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읽고 있는 유아 사진_썸네일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읽고 있는 비비

 

보통의 아이라면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때, 책장 가득 꽂힌 책과 새로운 곳에 갔다는 흥분에 사로 잡힌다.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큰 목소리로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책 장에서 온갖 책을 무질서 하게 꺼낼 때 엄마는 화가 나고 당장 집에 가고 싶어 질 것이다. 하지만 유아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기에 아이가 보기엔 엄마가 왜 화를 낼까라고 느낄 뿐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아이와 함께하는 도서관 나들이가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방문이 될 수 있을 까? 

아이와 도서관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

  • 아이가 도서관 이용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도서관 뿐만 아닌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들을 배울 수 있다. 
  • 아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다. 
  • 아이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 

도서관 방문 전 해야 할 일.

자기 키의 3배가 넘는 책장 가득 꽂힌 책들과 이상하리 만큼 조용한 도서관은 처음 방문한 아이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무섭다며 울고 떼를 쓸 수도 있다.) 도서관에 가기 전날과 도서관 들어가기 직전,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어떤 것을 보게 되고 무엇을 하러 가는지, 지켜야 할 점 등을 충분히 설명 해주자. 미리 설명을 듣고 가는 것과 안 듣고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도서관 사서를 마주치면 낯선 사람 대하듯 하지 않고, 아이에게 사서는 책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분임을 알려주면 좋다. 

  • 도서관 가기 전 작게 말하기 연습을 놀이로 접근하기. 
    • "우리 지금보다 더 작게 말해 볼까?",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말하는 거야.", "엄마 비밀 말해줄까?" (하며 귀에 작은 목소리로 비밀 공유하기.) 등의 방법으로 작게 말하는 연습을 놀이로 접근하자. 장난치며 놀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작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 영어로 표현하기
        • "Let's talk quietly." 
        • "We'll talk in a soft voice from now on."
        • "Let's speak in a lower voice. Lower ~ Lower~ shhh."
        • "I'll tell you my secret." 
        • "Let's whisper to each other."
  •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것에 대해 말하기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얘기해야해.  "We talk in a soft voice at the library."
    • 도서관에서는 걷는 거야. " We walk in the library." 
    • 책장에서 책을 한 권씩만 꺼내서 볼 거야. "We take one book off the shelf at a time to look at."
    • 도서관에선 엄마 말을 들어야해. "We listen to mommy." 

      이때, 뛰지 않고 걷는 거야,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얘기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만을 말해주는 것이 유아가 이해하기 더 쉽다. 왜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를 다들 한 마리쯤은 품고 살지 않던가. 또한 지켜야 할 점은 한 번만 말하고 마는 것이 아닌, 매 번 도서관을 방문할 때 아이에게 설명해주면 좋다. 

 

아이가 도서관을 충분히 스스로 경험하도록 하자. 

처음 도서관을 방문한 아이는 책장에 꽂힌 책을 무작위로 꺼내고, 도서관에 있는 모든 의자에 앉으려 하고, 디피되어 있는 책, 그림 등을 다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또한 책장 사이사이를 미로 탐험하듯 돌아다닐 것이다. 타인에게 아주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거나,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닌 이상 아이가 충분히 도서관을 경험하고 이해할 시간을 주자. 만일 아이가 에티켓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면 아이를 멈춰 세운 후 눈을 마주한 상태로 위에서 말한 지켜야 할 것을 조용히 다시 말해주자. 

 

책을 고를 때도 아이가 스스로 고르도록 하자. 집에서 자동차나 공룡책만 주야장천 읽는데 기껏 도서관까지 나와 또 같은 이야기 책만 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경험은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른 책을 읽는 아이들은 후에 나이가 들어서도 독서를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6세에서 17세 사이의 아이들 중 91%가 자기가 직접 고른 책이 가장 아끼고 즐겨 읽는 책이라 답하기도 했다. 

 

어른들 책이 있는 곳을 함께 구경하자. 

잠시 아동 도서관에서 벗어나 어른들의 책을 모아둔 곳에 가보자. 어른들이 이용하는 곳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과 어떻게 다른지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 오래 머물 필요 없이 단 몇 분만 구경하면 된다. 

 

  • 여기 책장은 키가 더 크다~. "These bookshelves are taller." 
  • 여기 책들은 페이지도 많고 그림이 없어! "These books have more pages and no pictures!"

공존하는 법칙을 알려주자. 

도서관에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타인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도서관 책을 망가트리지 않고 깨끗이 봐야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도 이 책을 즐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여한 책을 약속한 기한 내에 반납하며 시간을 지키는 법을 배운다.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누리고 타인과 공존하는 법칙을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도서관이 단연 1등이 아닐 까. 

 

그밖에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대화 

  • 도서관 사서는 책을 찾는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셔. "The librarian helps us find books."
  • 우리 저기 의자에 앉아서 같이 책 읽을 거야. "We'll sit on those chairs and read together."
  • 컴퓨터로 강아지에 관한 책을 찾아보자. "Let's find books about puppies by using the computer."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책을 가까이하며 책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도서관 나들이. 전집이나 이런저런 이야기 책들을 전부 다 살 돈도, 꽂아 놓을 공간도 없기에 더더욱 도서관은 나에게도 우리 비비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이다.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가는 것이 아닌, 가볍게 놀고 즐긴다는 기분으로 자주 들리다 보면 비비와의 소소한 추억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그래 책 육아 별거 있나, 책을 가까이하고 책이 삶의 한 조각이 되는 것만으로도 소정의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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